한로는 24절기 중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뜻을 가진 시기입니다.
양력으로는 보통 10월 8~9일경, 태양이 황경 195도에 도달할 때를 가리킵니다. 음력으로는 9월 절기에 해당하며, 기온이 점차 낮아지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차갑게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서리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곧 다가올 겨울을 예고하는 자연의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농촌에서는 추수를 마무리하고, 도시에서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며, 철새들이 오가며 계절의 바뀜을 알려줍니다. 또한 전통적으로는 중양절과 겹치거나 가까워서 다양한 풍속과 생활문화가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로의 의미와 자연 현상, 전통 풍속, 세시음식, 그리고 현대적으로 우리가 한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한로 날짜
2025년 한로는 10월 8일(수요일)입니다.
24절기상 한로는 매년 10월 8일이나 9일경에 해당하는데, 2025년에는 태양이 황경 195도에 도달하는 시점이 10월 8일로 계산됩니다.
절기명: 한로
2025년 날짜: 10월 8일(수)
의미: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 가을이 깊어지고 서리가 내리기 직전의 시기
한로의 자연과 기후 변화
한로라는 이름 자체가 계절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슬이 맺히는데 그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찬이슬’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다음과 같은 기후적 특징이 나타납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붑니다.
기온은 점차 내려가지만 아직 서리가 내리기 전이므로 가을의 중후반부에 해당합니다.
여름새인 제비가 떠나고, 겨울새인 기러기가 찾아오며 계절의 교체를 실감하게 됩니다.
국화꽃이 만개하며 본격적인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습니다.
농촌에서는 이 시기에 벼와 곡식의 수확이 절정을 맞이합니다. 추수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첫 서리와 함께 곡식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한로는 곧 ‘수확의 마감 신호’와도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전통 속의 한로 풍속
한로는 단순히 날씨만을 알려주는 절기가 아니라, 예로부터 다양한 전통 풍속과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고려사와 중국의 기록을 보면, 한로와 관련된 자연의 변화를 세 가지 ‘후(候)’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초후 – 기러기가 찾아와 머무름
차후 – 참새가 큰 물로 들어가 조개가 됨(자연 현상에 빗댄 표현)
말후 – 국화꽃이 누렇게 핌
이처럼 옛사람들은 계절의 세밀한 변화를 동물과 식물의 움직임으로 관찰해 기록했습니다.
또한 한로 무렵은 중양절과 가까워서,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는 풍습이 전해졌습니다. 수유는 붉은빛을 띠며 ‘잡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액운을 막는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산에 오르는 풍습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가을 하늘 아래에서 조상과 고향을 떠올리고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로와 세시 음식
한로 전후로 즐기던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추어탕입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미꾸라지는 양기를 북돋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을에 미꾸라지가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시기라 ‘가을 고기’라 불리며, 이때 잡은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은 보양식으로 널리 사랑받았습니다.
추어탕은 차가워지는 계절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농사일로 지친 농민들의 원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에도 한로 즈음에는 따뜻한 국물 요리를 찾게 되는데, 이는 계절과 인간의 생활 방식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로의 의미와 오늘날의 교훈
전통 농경사회에서 절기는 단순한 시간 개념을 넘어 ‘농사의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윤달로 인해 음력 날짜가 변할 수 있지만,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계절의 흐름을 정확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절기를 ‘철을 안다’라고 표현하며, 성숙한 농부가 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농사와 직접적인 연결은 약해졌지만, 절기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계절에 맞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는 것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생활 리듬을 조율하는 것
전통 문화 속에서 마음의 여유와 의미를 찾는 것
이 모든 것이 현대 사회에서 절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계절의 지혜를 이어가는 한로
한로는 단순히 가을의 중간 지점을 알리는 절기가 아니라, 계절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이 오랜 시간 동안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주는 시기입니다. 농부들에게는 추수를 마무리하고 겨울을 대비하는 실질적인 준비의 시기였고, 서민들의 일상 속에서는 계절에 맞는 음식을 나누고, 풍속을 통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농경 사회만큼 절기를 체감하며 살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로는 ‘자연의 시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찬이슬이 맺히는 모습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따뜻한 음식을 통해 몸을 돌보며, 단풍과 국화가 전하는 가을의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한로는 우리에게 ‘멈춤의 지혜’를 가르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침의 차가운 이슬에 잠시 걸음을 멈추며, 자연이 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이어지는 절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날짜가 아닌 삶의 리듬을 회복하고, 마음의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한로, 올해는 잠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계절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찬이슬이 전하는 메시지 속에서 삶의 지혜와 여유를 배우고, 다가올 겨울을 차분히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